-다음은 2014년 <기표사회와 사잇사람>문수영개인전 도록과 벽면 에 기록된 화가 문수영의 글 입니다.
작품을 전시하는데 있어서 이미지에 대한 설명이 필요할까 란 생각이 가끔씩 든다. 예술작품은 보는 사람에 따라 다르게 느껴지는 것이 당연하다. 작품에는 그 사람이 지나온 과저오가 생각이 있을 것이다. 그래서 나는 내가 몇 년 동안 읽고 생각하고 살면서 느낀 내용을 정리해 적어보려 합니다. -
기표사회 와 사잇사람
문文MUN 수琇SUE 영渶YEONG
어딘지 모르게 떠 있는 느낌.
현재 우리는 우리의 과거의 것과는 다른 불확실성에 직면해 있다. 과거 30년은 IT, 가치관이 빠르게 바뀌어 왔지만, 우리는 잘 적응해 왔다. 하지만 미래의 변화의 속도는 지금보다 더 빨라질 것이다.
현재의 사람들이 변화에 적응하는 것은 어쩌면 매우 당연시 여겨지지만, 세대 간의 적응 방식 이라던가 적응 속도는 매우 다르다. 나는 이러한 세대 간 적응 방식과 속도의 차이가 미래에는 더욱 커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따라서 미래의 변화를 받아들일 수 있도록 준비가 필요하다. 하지만 현재의 변화에 적응하기도 쉬운 일은 아니다.
예를 들어 현재의 세대가 3D 영상 매체를 받아들이는 경우를 보자. 3D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즐기는 사람이 있는 반면 , 다소 불편해 하고 심지어는 어지럼증을 호소하는 사람도 있다. 어려서부터 자연스럽게 3D를 보며 자란 세대와 TV자체가 귀했던 시절에 태어난 지금의 할아버지 할머니 세대와는 영상을 받아들이는 뇌의 반응이 틀리기 때문이다. 가치관도 이러하다.
현대인들은 변화에 적응하고 살기도 바쁘다. 인간관계를 보자. 물리적으로 서로 떨어져 있어도 SNS를 통해 같은 공간 속에 살기도 하고 , 물리적으로 같은 공간에 있어도 다른 사람과의 SNS를 하며 거리감을 느끼기도 한다.
때로는 솔직히 자신의 일상이나 생각을 표현하지만, 때로는 자신의 홍보나 과시 등의 수단이 되기도 한다. 친밀한 관계 임에도 형식적으로 표현하고, 반응 함으로써 ON-LINE과 OFF-LINE에서 서로 다른 모습으로 살게 되고, 이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인다. 이러한 이중적 관계는 본질적인 '나'와 다른 또 다른 제2의, 제3의 나를 만들고 쉽게 받아들인다.
세대 간에 벌어진 가치관의 차이는 그들이 상호 간에 해결해야 할 문제가 되었다. 그리고 더 큰 문제는 이러한 급격한 변화를 받아들이는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과의 가치관과 적응 능력의 차이가 더욱 커지는 데 있다.
이러한 상황은 가정에서 부터 사회 전반에 까지 고르게 퍼져있다. 변화에 익숙한 사람도 변화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도 서로에게 스트레스를 주기도 하고 받기도 한다.
사잇 사람과 기표 사회
사람은 기본적으로 불안정한 상태인데, 이러한 스트레스로 불안감은 더욱 가중된다. 이러한 불안감으로 자아가 희석되며, 본질과는 다른 나를 만들어낸다. 아무리 열심히 살아도 자신의 인생이 아닌 삶을 사는 것 같은 느낌을 갖게 되고 , 진정한 자신과는 다른 수많은 자아를 가진 것과 같이 분열된 삶을 살게 된다. 종점 만을 향해 달리는 폭주 기관차처럼, 자신의 본질적 행복보다는 분열된 자아가 원하는 것을 추구하게 된다.
나는 이렇게 빠른 변화 속에서 여러가지의 표면적 자아를 가지고 살아가는 현대인들을 '사잇 사람' 이라고 생각한다. 이들은 본질적인 '나' 와는 너무 다른 존재이다. 나는 이들이 사는 사회를 기의가 비어있는 '기표 사회'라 생각한다.
작업에 대해서
이번 전시는 2011년 했던 <some dream '비어있는 기의'> 에 이은 기표 전시이다.
나의 작품은 디지털 코드를 그리는 것을 기본으로 하고 있다. Some Dream 에서는 QR code를 그렸다. 그것으로 QR 시화를 그렸다. 그리고 그 사이사이에 모스 부호를 넣었다. 그 후로 모스 부호와 QR 코드를 활용한 그림으로 몇 번의 단체 전시회를 가졌다. 현재의 사회에 대한 책을 읽어가면서 전에 했던 전시와 맞물려 기표 사회를 생각하게 되었고 불분명한 이미지인 3D 이미지에 시선이 갔다. 그리고 십여 년 전에 작업했던 컴퓨터 책들을 다시 펼쳤다.
이번 전시의 3D 이미지는 고전적인 방법인 적청 안경을 이용하였다. 처음 이 이미지를 본 것은 이십 여 년 전 과학잡지 뉴튼에서 본 화성의 이미지였다. 그만큼 오래된 이미지이다. 그러나 이 전시를 본 사람들은 오래되었다고 생각하지는 않을 것이다. 우리에게 이미 보편화되어 익숙하기 때문이다.
분열된 듯한 3D 이미지는 분열된 자아 같은 현대인들의 자아를 보여준다. 우리가 안경을 통해 보게 되면 초점이 맞아 형태가 분명해지는 만큼 사잇사람인 우리도 새로운 시선으로 우리 자신의 본질을 찾아 볼 수 있지는 않을까 생각한다.
- 이상 도록에 올라와 있는 글 내용 입니다. -
다음은 작품 감상을 해주세요. 적청안경으로 보는 작품입니다. (적청안경, 또는 셀로판지를 이용해 감상해주세요.)
2014< 기표사회와사잇사람 >
이 전시는 시화 전시입니다. 중간중간 올라와 있는 시회장면을 보며 페이지를 넘겨 보시면 더 좋습니다. 문희선(본명)이 문수영으로 두번째로 기획 전시한 <기표사회와 사잇사람>은 다중기표를 기본으로 하고 있습니다. 적청안경이 있으면 적청안경으로 보시면 더욱 재미있습니다. 적청안경이 없으면 왼쪽눈에는 빨간 셀로판, 오른쪽눈에는 파란 셀로판을 안경에 붙이고 감상해주세요.
앞의 글에 읽어보셨듯이 다중 기표 . 여러개의 표면이 하나의 안경을 쓰면 입체적으로 볼 수 있는 현대적 혜안으로 해석해 볼 수 있습니다.
그림 사이에 전시했던 시 < 은마가 달리는 원형 경기장 >는 2006년 학창시절(문희선:서울예대 문창과) 부동산을 염두해 두고 쓴 시로 이 전시를 준비하며 읽은 경제학 교양서 들과 맞물려 어울 릴 것 같아 함께 전시했습니다.